조선 개신교의 존재 양식과 본질에 비추어
한국 개신교의 현주소를 가늠하다
⟨한국 개신교 사상사⟩ 총서 ‘책머리에’에서 저자 양현혜 교수는 집필의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외래에서 온 이질적 사상과 문화의 발전 과정에는 ‘수용-학습-재생산’의 세 단계를 거친다. ‘수용’의 단계에서 수용 주체는 이전에 내재한 이해를 토대로 이질적인 외래 사상을 이해하고 습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왜곡과 몰이해가 수반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질적 사상의 본래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는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통해 이질적인 사상이 명확히 파악‧숙지되고 자기화되면서 사상 자체에 대한 생산적 기여나 진전, 전통의 혁신 등이 일어나고 사상의 ‘재생산’도 가능해진다.” 저자는 그렇다면 이질적 외래 사상이었던 한국 개신교의 정신적 구조는 수용 140여 년이 지난 현재 ‘수용-학습-재생산’ 단계에서 어디쯤 위치하는가 질문한다. 이에 관념적 논의가 아닌, 실존적 신앙을 토대로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변증하고자 한국의 역사적 현실 가운데 스스로 살아낸 신앙의 실험을 한 사람, 김교신이 씨름해 온 문제들을 통해 한국 개신교의 문제를 재검토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김교신이 제기한 말의 ‘오염’과 관련된 중요한 개신교 키워드 12개를 선정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고유의 의미 내용을 갖는 이러한 말들의 유통에 대해 김교신이 조선 개신교의 ‘오염’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어떠한 것이었으며, 이를 시정하고자 제시한 내용은 무엇인지 그의 대표적인 글들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1권 ⟪신앙의 변증법⟫에서는 ‘신앙, 회심, 은혜와 복종, 신앙과 이성’이라는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독교 신앙을 이해한다.
영원성과 유용성 사이에서,
작금의 기독교 신앙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총서의 첫 장은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먼저 던진다. 김교신은 그가 발행했던 신앙 월간지 ⟨성서조선⟩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해 많은 글을 남겼다.
“원래 기독교는 죽는 길을 가르친 것이다. 기독교를 현세 살림에 이용하여 윤택을 더하려니 무능력하게 되어 버렸다. 그리스도의 일생은 골고다까지의 직행이었다”「살랴 죽을랴」(1932년 5월, 40호), “오늘날의 신자는 그 거짓 신앙에서 뛰어 나와야 한다. 그 ‘나 표준’의 태도를 버리고 그 문화주의 살림을 폐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나님에게 돌리는 하나님 중심의 믿음으로 돌아와야 한다”「하나님 중심의 신앙으로 돌아오라」(1935년 12월, 83호), “사도 바울의 종교는 한마디로 말하면 ‘죽음을 이긴 종교’였다. 그러므로 그 자신은 그의 종교를 복음이라고 했고 능력이라고 불렀다. 이론이 아니라 사실이고 곧 쓸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는 개가를 불렀다”「종교의 목적」(1940년 1월, 142호).
김교신은 기독교를 나의 필요를 채우는 유용성의 종교가 아니며, 죽음을 이긴 영원성의 종교로서 정의하며 이 질문에 답했다. 그에게 하나님은 인간에게 죄와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는 존재이며, 인간을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하게 하는 해방의 신이었다. 한편 이러한 영원성의 세계가 아닌 ‘유용성’의 세계관을 갖고 있던 기독교인들은 충족 능력의 고하(高下)로 종교의 우월성을 평가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기독교를 문명화를 위한 윤리를 제공하는 종교로 바라본 윤치호와 기독교가 자아실현을 위한 최고의 효용을 지닌 종교였던 개신교 여성 지식인이자 대표적 친일파였던 박인덕의 신앙 구조를 알아본다. 또한 윤치호와는 달리 유교의 해체가 아닌 유교의 윤리 연속으로 기독교를 바라본 초창기 조선 감리교의 지도자이자 신학자인 최병헌의 신앙 구조를 살펴보며, 유교적 ‘도’에서 서구적 ‘도’를 수용해 가는 조선 개신교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 한국 개신교 사상사(1권: 신앙의 변증법, 2권: 공적 신앙의 윤리, 3권: 경계에 선 신앙)
140여 년을 지나온 한국 개신교가 ‘수용-학습-재생산’의 과정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를 질문하며, 말의 ‘오염’을 넘어 참된 신앙 언어를 회복하고 오늘의 교회에 필요한 자기 쇄신을 촉구하는 사상사적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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