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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 사상사 1_신앙의 변증법

16,200

양현혜
2025.12.19.
무선 | 148*210 | 292쪽
978-89-365-1603-1(0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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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개신교의 존재 양식과 본질에 비추어
한국 개신교의 현주소를 가늠하다

⟨한국 개신교 사상사⟩ 총서 ‘책머리에’에서 저자 양현혜 교수는 집필의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외래에서 온 이질적 사상과 문화의 발전 과정에는 ‘수용-학습-재생산’의 세 단계를 거친다. ‘수용’의 단계에서 수용 주체는 이전에 내재한 이해를 토대로 이질적인 외래 사상을 이해하고 습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왜곡과 몰이해가 수반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질적 사상의 본래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는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통해 이질적인 사상이 명확히 파악‧숙지되고 자기화되면서 사상 자체에 대한 생산적 기여나 진전, 전통의 혁신 등이 일어나고 사상의 ‘재생산’도 가능해진다.” 저자는 그렇다면 이질적 외래 사상이었던 한국 개신교의 정신적 구조는 수용 140여 년이 지난 현재 ‘수용-학습-재생산’ 단계에서 어디쯤 위치하는가 질문한다. 이에 관념적 논의가 아닌, 실존적 신앙을 토대로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변증하고자 한국의 역사적 현실 가운데 스스로 살아낸 신앙의 실험을 한 사람, 김교신이 씨름해 온 문제들을 통해 한국 개신교의 문제를 재검토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김교신이 제기한 말의 ‘오염’과 관련된 중요한 개신교 키워드 12개를 선정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고유의 의미 내용을 갖는 이러한 말들의 유통에 대해 김교신이 조선 개신교의 ‘오염’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어떠한 것이었으며, 이를 시정하고자 제시한 내용은 무엇인지 그의 대표적인 글들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1권 ⟪신앙의 변증법⟫에서는 ‘신앙, 회심, 은혜와 복종, 신앙과 이성’이라는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독교 신앙을 이해한다.

영원성과 유용성 사이에서,
작금의 기독교 신앙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총서의 첫 장은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먼저 던진다. 김교신은 그가 발행했던 신앙 월간지 ⟨성서조선⟩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해 많은 글을 남겼다.
“원래 기독교는 죽는 길을 가르친 것이다. 기독교를 현세 살림에 이용하여 윤택을 더하려니 무능력하게 되어 버렸다. 그리스도의 일생은 골고다까지의 직행이었다”「살랴 죽을랴」(1932년 5월, 40호), “오늘날의 신자는 그 거짓 신앙에서 뛰어 나와야 한다. 그 ‘나 표준’의 태도를 버리고 그 문화주의 살림을 폐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나님에게 돌리는 하나님 중심의 믿음으로 돌아와야 한다”「하나님 중심의 신앙으로 돌아오라」(1935년 12월, 83호), “사도 바울의 종교는 한마디로 말하면 ‘죽음을 이긴 종교’였다. 그러므로 그 자신은 그의 종교를 복음이라고 했고 능력이라고 불렀다. 이론이 아니라 사실이고 곧 쓸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는 개가를 불렀다”「종교의 목적」(1940년 1월, 142호).
김교신은 기독교를 나의 필요를 채우는 유용성의 종교가 아니며, 죽음을 이긴 영원성의 종교로서 정의하며 이 질문에 답했다. 그에게 하나님은 인간에게 죄와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는 존재이며, 인간을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하게 하는 해방의 신이었다. 한편 이러한 영원성의 세계가 아닌 ‘유용성’의 세계관을 갖고 있던 기독교인들은 충족 능력의 고하(高下)로 종교의 우월성을 평가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기독교를 문명화를 위한 윤리를 제공하는 종교로 바라본 윤치호와 기독교가 자아실현을 위한 최고의 효용을 지닌 종교였던 개신교 여성 지식인이자 대표적 친일파였던 박인덕의 신앙 구조를 알아본다. 또한 윤치호와는 달리 유교의 해체가 아닌 유교의 윤리 연속으로 기독교를 바라본 초창기 조선 감리교의 지도자이자 신학자인 최병헌의 신앙 구조를 살펴보며, 유교적 ‘도’에서 서구적 ‘도’를 수용해 가는 조선 개신교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 한국 개신교 사상사(1권: 신앙의 변증법, 2권: 공적 신앙의 윤리, 3권: 경계에 선 신앙)
140여 년을 지나온 한국 개신교가 ‘수용-학습-재생산’의 과정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를 질문하며, 말의 ‘오염’을 넘어 참된 신앙 언어를 회복하고 오늘의 교회에 필요한 자기 쇄신을 촉구하는 사상사적 성찰이다.

책속에서

먹는 일과 사는 일에 관하여는 기독교보다 더 유력한 종교와 사조가 많다. 보라, 현대에 유행하는 모모주의자들이 그 소신을 전파함에 씩씩하고 진실됨에 비하여 소위 기독교도들의 그 종류의 사업이란 것이 얼마나 미온적인가. 우리는 단언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인생의 주요 목적이 먹고 살려는 것이라면 어서 기독교를 버리고 유행하는 모모주의자로 개종할 것이라고. 적어도 저들은 그 주의의 현실성이 적확하고 그 언행이 진지하다. (중략)
베드로, 바울 그 밖에 초대 신도들의 기독교는 살고 더 잘 살려는 기독교가 아니었다. 루터는 살려고 보름스 회의에 임한 것이 아니었다. 생명을 구하는 자는 잃으리라고 경고하신 주 예수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생명을 바치기를 요구하신다. 특히 기갈에 임한 반도의 크리스천은 모름지기 죽기를 지원할 것이다. _28-29쪽(1-1. 김교신의 신앙 이해)

윤치호는 서구 문명국이 비서구국을 정복하는 약육강식적인 현상을 전 인류의 문명화를 위해 하나님이 선택한 수단이라고 보고 서구의 비서구 세계 침략을 도덕적 투쟁이라고 보았다. 즉 인류의 역사는 서구의 문명국이 비서구의 야만국을 정복하면서 그 문명을 확대해 가는 과정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인류사관에 근거해서 그는 ‘서구 문명국=강자(强者)=도덕적인 선(善), 비서구 문명국=약자(弱者)=도덕적인 악(惡)’이라는 독특한 등식을 구상했다. 본질적으로 필연적 관계가 없는 이 3자의 무분별한 동일화는 강자의 자기 탐욕적인 침략 행위를 도덕적인 선의 실현으로서 정당화시키는 근거가 되었다. 그는 “서구의 비문명국에 대한 행위는 야만인을 강제적으로 문명화시키려는 것으로, 서구인은 문명의 교사로서 인류의 문명화라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_46-47쪽(1-3. 윤치호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지(知)의 제국주의’)

박인덕의 개신교 신앙 구조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그것이 자아 팽창과 확장 그리고 그 실현을 추구하는 ‘자기애’의 신앙이라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자기애 신앙에서는 인간이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신이 인간을 섬긴다. 신은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는 정신적·물질적 도구에 불과하다. 인간에게 요구하는 신 자신의 고유한 뜻과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박인덕의 신앙에서 자기실현이라는 욕망은 늘 ‘신의 뜻’과 동일시되었고 이를 실현해 주는 신은 ‘친절한 하나님’이었고 그 실질적 실현자는 미국 개신교인들이었다. 같은 개신교인이자 미국 유학파인 김마리아에게서 나타나는 정의의 실현을 촉구하는 신의 뜻 혹은 고통받는 민족 공동체를 위해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는 신의 뜻이 박인덕의 신앙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온 힘을 기울였던 덕화의숙을 비롯한 육영 사업들도 ‘불구’ 조선인에게 시혜를 베푸는 서구적 계몽 지도자로서 자아를 세우려는 수단으로서의 측면이 농후했다. _130쪽(1-4. 박인덕의 개신교 신앙의 구조)

김교신은 기독교가 삶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유용성’의 종교가 아니라고 보고, 이러한 기독교 이해에 항의했다. 그는 기독교를 ‘죽음을 이김’으로써 인간의 운명인 유한성을 극복하게 하는 ‘영원성’의 종교라고 보았다. 그에게 기독교의 하나님은 인간에게 죄와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여 ‘자유’하게 하는 해방의 신이었다. _269쪽(나가는 말)

차례

책머리에

1장 신앙
1 김교신의 신앙 이해
2 유용성인가 영원성인가
3 윤치호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지(知)의 제국주의’
4 박인덕의 개신교 신앙의 구조

2장 회심
1 김교신의 회심
2 유교와 기독교
3 최병헌의 개종에서 본 기독교와 유교의 대결 양상 연구
—《성산명경》과 《만종일련》을 중심으로

3장 은혜와 복종
1 김교신의 자유와 종 됨의 변증법
2 자유와 복종의 변증법
3 본회퍼의 ‘값싼 은혜’와 ‘고귀한 은혜’

4장 신앙과 이성
1 김교신의 이성과 신앙
2 이성을 포괄한 신앙
3 성서 성립과 번역사

나가는 말
참고 문헌

저자

양현혜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사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카무라 하지메 종교연구상(1996)과 김교신학술상(2023), 이화학술상(2025)을 수상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윤치호와 김교신: 근대 조선에 있어서 민족적 아이덴티티와 기독교》(1994), 《근대 한일관계사 속의 기독교》(2009), 《김교신의 철학: 사랑과 여흥》(2013), 《우치무라 간조, 신 뒤에 숨지 않은 기독교인》(2017)이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2002), 《국가와 종교: 유럽 정신사에서의 로마서 13장》(2004), 《동화의 숲에서 절대자를 만나다》(2015), 《전도의 정신》(2024) 외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