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전택부가 쓴 한국 교회의 통사
한국 기독교, 어떻게 생겨나서 어떤 길을 걸어왔나?
‘동방의 고요한 나라’. ‘은자의 나라’(서양인의 부정적인 시각이 들어있는 말이다) 조선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 것은 나라가 외세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암흑세계나 다름없는 당시, 박해와 고난의 요인이 크고 많았을 뿐더러 전통문화의 부정적인 영향력도 강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선교의 양상과 교회의 성장·발전 모습은 세계 교회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아시아의 여느 나라들과 달리 한국 영토 안에서는 개신교·천주교를 막론하고 한국인 자신에 의해 선교가 시작되었으며, 기독교가 시대의 질곡을 헤쳐 가며 근대 사회로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그 뿌리에는 한국 토박이 신자들의 풀뿌리 신앙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이 맞물려 온 한국 기독교는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여 오늘에 이르렀을까?
토박이 신앙사관으로 서술한 한국 개신교 100년의 역사
이 책은 1980년대 중반 한국 개신교 100년을 기념하면서 ‘한국 기독교 100년사 대계’의 첫 책으로 기획·준비된 것으로,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6·25전란 이후 약 100년에 이르는 개신교의 통사(通史)로 쓰였다. 개신교 100년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천주교 역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개신교의 배경사와 관련사 차원에서 다루어져 한국 기독교 200년을 아우르는 의미가 있다.
전4부로 된 이 책에서 1부는 한국 개신교 창설 이전의 시대배경에서 한국 천주교회를 다루면서 초기 교회의 모습과 박해 속에서도 성장해간 과정을 담았는데, 본격적인 개신교의 역사를 다룬 2~4부에서도 한국 천주교의 변천 과정과 시대의 흐름에 대처해간 모습을 기술했다. 조선말(2부)-일제강점기(3부)-해방 후(4부)로 크게 구분되는 이후의 교회사는 선교활동-외세에 대한 저항과 연합·분열-재건 및 토착화와 다변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데, 4부 마지막에서는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인 사회에서 개신교 교회의 변천 과정도 알 수 있다.
‘발전사’라는 책 제목에서 보듯 저자는 한국 개신교의 영적·질적 성장과 양적·수적인 면을 상호 관련되며 보완적인 것으로 보고,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많은 국내외 자료들을 충실하게 활용하며 고증에 힘썼다.
저자 전택부 선생은 서울 YMCA에서 총무 등 여러 중책을 맡아 온 ‘Y맨’으로, 〈전택부 선집〉제4권 《한국 기독교청년회 운동사》와 제5권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사》를 통해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역사’에 유념하면서 한국 개신교 역사의 중요한 단면들을 엮어냈다. 이 두 책과 《한국 교회 발전사》는 그의 ‘한국 교회사 3부작’이라 할 만한 노작으로, 그의 뚜렷한 사관(史觀)을 바탕으로 한 혼과 열정이 녹아 있다.
※우리 시대의 ‘어른 소리’, 그 두 번째
―전택부 선생의 저작물을 하나로 엮다
어른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지만 실상은 그리 주목하지도, 존중하지도 않으려는 시대, 홍성사는 이런 세태를 바로잡고 그분들의 소리를 담아 간직하고자 그 첫 기획으로 2002~2010년 시인 구상 선생(1919~2004)의 전집 〈구상 문학 총서〉(전10권)를 간행한 바 있다.
두 번째로, 2015년부터 전택부 선생이 남긴 저작물 가운데 17종을 선별하여 〈전택부 선집〉(전16권)을 내고 있다.(2017년 5권까지 출간, 아래 사진, 가운데) 〈전택부 선집〉으로 간행되는 전택부 선생의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토박이 신앙산맥》(전3권, 2015~2016년 출간),《한국 기독교청년회 운동사》(2017년 3월 출간),《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사》(2017년 12월 출간),《한국 교회 발전사》,《양화진 선교사 열전》,《강아지의 항변》,《인간 신흥우》,《월남 이상재의 생애와 사상》,《고희 기념 논문집》,《Y맨의 세계일주기》,《무슨 재미로 사나》,《세상은 달라진다》,《달을 쏘는 아이》,《부부의 십계명》,《자화상을 그리듯이》(전3권·합본), 《남기고 싶은 종로 이야기》,《Y새끼다리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