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1907년 평양대부흥’을 기념하여 100년 전 이 땅에 임했던 성령강림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행사들이 진행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길선주 목사에 대해 많이 접할 수 있었다. 1907년 1월 장대현교회에 성령의 임재와 더불어 일어난 회개운동, 그 중심에 서 있던 길선주 목사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설교 때마다 수없이 그 이름이 거론되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길선주 목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특히 길선주 목사의 깊이 있는 사상과 성경 해석의 탁월함은 전혀 간과되어 온 상태이다. 기독교 신앙을 접하기 전, 한학 공부에 전념하였고 선도仙道에 심취했으며, 그만큼 우리나라 전통사상에 깊이 맞닿아 있었던 길선주는, 이후 예수를 영접하고 본격적으로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된 뒤에도 기독교를 단순히 서양 종교로서 수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정서와 사상에 알맞게 토착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 책은 길선주 목사에 대해 남에게 전해 듣는 옛이야기가 아니라, 길선주 목사 자신이 직접 깊은 한학과 심오한 성경 묵상으로 버무려진 자신의 사상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설교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현대인들이 읽기에 방해가 되었던 한자들은 원문과 함께 자세히 풀이해 놓았기 때문에, 독자들은 한학과 성경의 놀라운 조화를 경험하며 오히려 옛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것은 이미 한 세기 전 사람인 길선주 목사의 강력하고도 신랄한 비판이, 여전히 현대 한국 교회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100년 전 강단에 서서 “통회하고 자복하라”고 가슴 뜨겁게 외쳤던 길선주 목사의 설교를 읽으며, 다시금 회개의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영성을 되짚어 보는 “믿음의 유산” 시리즈
“믿음의 유산”은 한국 기독교 역사의 초창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기독교 내 지도자들의 영성 깊은 옛글들을 재발굴하여, 현 시대의 기독교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고전 리라이팅rewriting’ 시리즈이다.
출간 의의
한국 기독교는 세계 2,000년 기독교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시간에 박해와 고난, 열정과 헌신, 교회 성장과 선교와 같은 다양한 경험을 맛보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온전히 인식하지도 못하고, 늘 서구 기독교만 동경하며 그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지금까지 소홀했던 한국 기독교의 믿음의 유산을 발굴하여 현재의 삶과 신앙을 반성하려는 신앙인들이 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KIATS(한국고등신학연구원)와 홍성사가 함께 “믿음의 유산” 시리즈 출간을 위해 협력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독교의 유산을 집대성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계획
기독교 유래 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독교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신앙적ㆍ학문적 가치를 갖는 일차 문헌을 선별하여, 목회자와 신학자를 포함한 성직자의 설교를 <한국 기독교 지도자 강단설교>로 묶어 펴낼 것이며, 그 밖에 사회운동가ㆍ정치가ㆍ사상가ㆍ문인ㆍ예술인 가운데서 기독교적 정체성을 갖고 한국 기독교에 공헌한 분들의 작품도 묶을 것이다. 그 첫 번째 결과물로서 ‘길선주’, ‘김익두’, ‘이성봉’의 설교 원전을 1월에 출간하게 되었으며, 곧이어 ‘주기철’과 ‘손양원’의 원전도 선보이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를 거듭하더라도 이 작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
첫째, 전국 각 학교 도서관과 박물관, 개인 소장 자료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원본ㆍ원전으로서 가장 오래되고 역사적 가치를 갖는 자료를 발굴하였다.
둘째, 옛글의 옛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인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와 옛말을 풀어 주었다.
셋째, 한글로 출간될 뿐 아니라 영문 본으로도 동시 출간하여 한국 교회의 믿음의 역사가 세계 기독교에 널리 전파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본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그동안 묻혀 있던 한국 기독교의 보석 같은 글을 다양하게 접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치열하게 믿음의 본을 보이며 살다간 조상들의 신앙을 음미할 수 있고, 외국 번역물이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의 독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우리네 정과 풋풋함, 구수한 토속적 신앙을 한껏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