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서는 그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매 교회마다 봄ㆍ가을로 한두 차례씩 부흥회가 열렸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온 교인이 총동원되던 부흥회에서 단연 주인공은 ‘부흥강사’였다. 각 교단별로 각 지역별로 이름난 부흥강사들이 있었고, 부흥강사들의 재량에 의해 신자들의 ‘작정헌금’ 크기가 결정되곤 했다. 언제부터 부흥강사란 ‘헌금 걷어 주고’ ‘돈 챙겨 가는’ 삯꾼 목자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일까. 120년 한국 기독교 역사에 가장 크게 부흥의 밑거름이 되었던 사람들도 부흥강사들이었고, 그만큼 쇠퇴의 길에 일조한 사람들도 부흥강사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씀 사경회’에 대한 신자들의 열심은 한국 교회 초기서부터 그 열기가 대단하였지만, 각 교회마다 조직적으로 부흥회를 개최하고 부흥사를 초청하는 행사가 융성하게 된 것은 이성봉 목사가 전국부흥사로 활동을 시작했던 1930년대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37년 성결교 총회에서 전국부흥사로 임명받은 이성봉 목사는 총회의 결정에 순복하여, 편안하게 사역할 수 있는 지역 교회를 박차고 일어나 전국을 돌며, 중생과 성결, 신유와 재림의 사중복음을 외쳤다. 부흥회 기간에야 부흥사에게 집중하지만, 부흥회 이후에는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외톨이 신세의 부흥사 역할을 하나님이 내리신 자신의 분복이라 여기며 순종했던 이성봉 목사.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추위 속에서 배고픔에 떠는 자녀들도 돌보지 못한 채 부흥회 장소로 떠날 때마다, 젖 달라고 우는 새끼를 뒤로 하고 벧세메스 길로 향하여 여호와의 궤를 매고 걸어간 암소의 심정으로 말씀을 전하러 갔다는 이성봉 목사의 간증에서는, 그 누구든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성결한 믿음과 깨끗한 열심히 그대로 녹아 있는 이 설교문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 전역에 하나님의 부흥이 임하길 애타게 부르짖었던 진정한 부흥강사의 진수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영성을 되짚어 보는 “믿음의 유산” 시리즈
“믿음의 유산”은 한국 기독교 역사의 초창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기독교 내 지도자들의 영성 깊은 옛글들을 재발굴하여, 현 시대의 기독교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고전 리라이팅rewriting’ 시리즈이다.
출간 의의
한국 기독교는 세계 2,000년 기독교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시간에 박해와 고난, 열정과 헌신, 교회 성장과 선교와 같은 다양한 경험을 맛보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온전히 인식하지도 못하고, 늘 서구 기독교만 동경하며 그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지금까지 소홀했던 한국 기독교의 믿음의 유산을 발굴하여 현재의 삶과 신앙을 반성하려는 신앙인들이 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KIATS(한국고등신학연구원)와 홍성사가 함께 “믿음의 유산” 시리즈 출간을 위해 협력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독교의 유산을 집대성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계획
기독교 유래 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독교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신앙적ㆍ학문적 가치를 갖는 일차 문헌을 선별하여, 목회자와 신학자를 포함한 성직자의 설교를 <한국 기독교 지도자 강단설교>로 묶어 펴낼 것이며, 그 밖에 사회운동가ㆍ정치가ㆍ사상가ㆍ문인ㆍ예술인 가운데서 기독교적 정체성을 갖고 한국 기독교에 공헌한 분들의 작품도 묶을 것이다. 그 첫 번째 결과물로서 ‘길선주’, ‘김익두’, ‘이성봉’의 설교 원전을 1월에 출간하게 되었으며, 곧이어 ‘주기철’과 ‘손양원’의 원전도 선보이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를 거듭하더라도 이 작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
첫째, 전국 각 학교 도서관과 박물관, 개인 소장 자료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원본ㆍ원전으로서 가장 오래되고 역사적 가치를 갖는 자료를 발굴하였다.
둘째, 옛글의 옛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인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와 옛말을 풀어 주었다.
셋째, 한글로 출간될 뿐 아니라 영문 본으로도 동시 출간하여 한국 교회의 믿음의 역사가 세계 기독교에 널리 전파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본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그동안 묻혀 있던 한국 기독교의 보석 같은 글을 다양하게 접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치열하게 믿음의 본을 보이며 살다간 조상들의 신앙을 음미할 수 있고, 외국 번역물이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의 독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우리네 정과 풋풋함, 구수한 토속적 신앙을 한껏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