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동, 여주동행如主同行의 삶을 살다 가신 선생님
신사참배를 끝까지 반대해 옥중에서 갖은 고문을 당하다가 해방과 함께 출옥한 한상동 목사. 그의 제자이자 우간다 쿠미대학교 김형규 교수는 그를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일상에서 하나님을 사랑한 분. 말씀의 사람, 기도의 사람, 은혜의 사람, 성령의 사람,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믿음의 수호자,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출옥 성도와 신사참배 성도 사이의 갈등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한국 교회. 이러한 때 한상동 목사는 오직 복음 위에 바로 선 한국 교회를 이루기 위해 ‘고신파(고려파)’를 만들고, ‘고려신학교(현 고신대학교)’를 설립해 온 생애를 바쳐 헌신했다.
‘한국고등신학연구원(KIATS, 원장 김재현)’은 한국 기독교 역사의 초창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기독교 내 지도자들의 영성 깊은 옛글들을 발굴하여, 현 시대의 기독교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고전 리라이팅rewriting’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한국 기독교 지도자 강단설교> 아홉 번째 책으로 《한국 기독교 지도자 강단설교―한상동》을 펴냈다. 이 책에는 한상동 목사의 설교는 물론, 지금껏 발표되지 않은 친필 설교 대지를 비롯해 그의 증언을 토대로 박윤선 박사가 정리한 ‘옥중기’가 실려 있다. 절대 진리보다는 좋고 싫음에 따라 신앙 태도를 달리하려는 한국 교회에 그의 삶과 신앙 사상은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모범이 되어 줄 것이다.
한상동 목사는?
1901년 태어나 1976년 작고한 한상동 목사는 한국이 겪어 온 식민지 시대, 광복 이후의 혼란, 한국전쟁과 고통스런 회복의 시간, 그리고 이후 안정되어 가는 한국의 역사를 몸으로 살아낸 분이다. 또 한국 장로교회가 겪어 온 성장과 고통의 산 증인이었다.
아들이 없는 당숙의 양자로 입적하여 생활하던 그는 스물네 살 되던 1924년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하여 일 년 후 세례를 받고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한다. 하지만 가정의 핍박과 함께 결국 문중회의에서 파양 선고를 받아 집에서 쫓겨났고, 이후 평양신학교에 입학하여 신학을 공부해 부산 초량교회 조사로 사역하다가 193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마산 문창교회에 부임한다.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목사를 둔 이유로 일본 경찰에게 희생을 당하는 교인들을 더는 볼 수 없어 문창교회를 사임, 이후 적극적인 신사 불참배운동을 전개한다. 1940년 경남 도경찰부에 첫 구속되어 다음 해 평양형무소로 이송된 뒤로 갖은 회유와 고문에도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수감생활을 하다가 1945년 8월 17일 해방과 함께 출옥했다. 이후 주기철 목사가 시무했던 평양 산정현교회에서 사역하다가 월남하여 1946년 5월 주남선 목사, 손양원 목사 등과 더불어 한국 교회의 갱신을 위해 고려신학교를 설립했다. 또 출옥 성도와 신사참배 성도들 간의 갈등 속에서 ‘고려파’를 세우고, 1951년 10월 삼일교회를 개척하여 평생을 섬겼다.
구성과 특징
한상동의 영성의 핵심을 맛볼 수 있는 글들을 총 5부로 엮었다. 1부에는 한상동 목사가 가장 강조한 하나님의 뜻을 알려 주는 글들을 “하나님의 뜻과 사람의 뜻”이라는 제목으로 담았고, 2부에는 고난 속에서도 잃지 않은 희망을, “바라고 소망하고”라는 제목으로 담았다. 3부에는 이 땅에서 믿는 자로서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중심으로 글을 엮었다. 3부는 지금까지 거의 해제되거나 소개되지 않은 한상동 목사의 친필 설교 대지에 기초하여 구성했다. 4부에는 고려신학교의 생성 및 발전과 관계있는 자료를 모았다. 5부에는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와 신사참배에 맞서 가장 선두에서 저항한 한상동 목사의 삶을 보여 주는 옥중기를 실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그의 시대의 그의 교인들에게 선포하려고 했다. 그의 설교에는 당시 교인들에게 하나님을 가르치려는 뜨거운 마음이 배어 있다. 또 그가 설교를 통해 교인들을 위로하려 했던 사랑이 가득 묻어난다.
왜 다시 한상동인가?
그에게서 가장 주목할 표현은 바로 ‘믿음의 세계(신앙 세계)’다. 믿음으로 살아갈 때 전혀 새로운 삶이 있음을 그는 삶 자체로 보여 주었다. 그를 따르는 신자들은 바로 이와 같은 그의 삶의 모습을 흠모한다. 타협하지 않았던 그의 신앙. 21세기를 시작하는 한국 교회는 이러한 영성을 과거보다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한상동의 여주동행의 영성, 이것은 “보라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내가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라는 말씀에 대한 확신이며 순종이다. 이 책에는 감옥의 냄새가 있고 피의 냄새가 있으며,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임재를 경험하는 희열이 있다. 절대적인 진리를 믿지 않는 우리 시대에 이 책은 한국 교회 영성의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