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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한국 사회, 하나님 나라

11,700

저자  김근주 외 5인
발행일 2012.1.6
상세정보 무선 / 312page / 155×226(mm) / 452g
ISBN 9788936509064

카테고리:

품절

‘정의’와 ‘은혜’의 희년 공동체를 꿈꾸며
6인의 학자가 함께 쓴 희년 교과서

예수원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레 25:23)라는 말씀이 적힌 돌비를 볼 수 있다. “물질적인 것과 영적인 것은 분리될 수 없다”라고 했던 대천덕 신부는 살아생전 줄기차게 성경적 토지법을 전파해 왔다. 토지는 모든 인간 생활의 근거이자 생산의 본질적 요소로서 대부분의 사회문제의 배경에 이 토지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천덕 신부는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며 모든 사람은 평등한 토지권을 갖는다’는 성경적 근거 토대 위에《토지와 경제정의》(홍성사, 2003)를 썼다. 그 뜻을 이어 받아 오랫동안 성경의 희년 사상을 연구하고 그것을 한국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 온 ‘토지+자유 연구소’는 6인의 학자(김근주, 김유준, 김회권, 남기업, 신현우, 장성길)와 함께 《희년, 한국 사회, 하나님 나라》를 펴냈다. 이 책은 각 분야의 전공 학자들이 구약, 신약, 기독교 역사에서 희년 사상이 어떻게 구현되어 왔는지 그리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희년 사상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해 온 결과물이다. 각기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희년에 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기에 마치 한 권의 교과서를 읽는 듯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접근임에도, ‘희년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갈 핵심 원리이고 그것이 한국의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경제체제’라는 것에 데 뜻이 하나로 모아진다.
한국 사회는 지금 새로운 경제체제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사회 곳곳을 병들게 하고,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분배는 심한 불균형을 보인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가난한 사람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희년이라 제시한다. 희년의 핵심 원리인 토지제도를 성경의 원리로 바꾸고, 성령의 감동하심을 입은 그리스도인이 희년을 선포했던 하나님의 정의와 긍휼을 먼저 실천하자는 것이다. 토지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분명 불편한 요청일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토지는 여호와의 것”이라고. 구약성경이, 예수님이, 사도들이 꿈꾸던 하나님 나라를 구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기심과 탐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경의 희년 사상, 예수가 삶을 통해 실천한 하나님의 긍휼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 책을 꼼꼼히 읽어 보면, 그 변혁적 삶의 힘이 의외로 쉽게 내 탐욕과 이기심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각 장의 내용 요약
먼저 김회권은 1장에서 희년과 하나님 나라를 연결한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되지만 인간의 순종과 믿음을 통해 역사 속에 뿌리내린다. 즉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말씀과 그것에 대한 사람의 순종과 응답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어떤 순종이 요구되는가? 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땅 위에 구현하고자 했던 이스라엘 공동체를 보면 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약속의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율법을 주셨다. 율법에는 하나님의 정의와 긍휼이 담겨 있고 그것은 곧 희년으로 집약된다.
희년은 일곱 째 안식년 그 다음해 즉 50년째 되는 해를 가리키는 말로, 땅과 노예들을 자유하게 하는 해방의 축제절기다. 즉 희년법에는 거류민과 가난한 자의 생존권을 확보해 주려는 하나님의 자비가 흐르는 것이다. 그것은 신약 시대로 이어져, 예수님은 이사야 61장을 인용하여 희년을 선포하심으로 사역을 시작하셨다. 또 초대교회 성도들은 그 사상을 이어받아 유무상통의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결국 희년 운동은 성령에 감동된 개인이 주도하는 운동인 셈이다. 이 장에서는 희년법을 지키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의 모델이었고 이런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전적인 역사와 성령의 힘을 입은 교회 공동체의 실천이 필요함을 말한다.

2장에서 장성길은 구약성경에 나타난 희년법을 이야기한다.
희년법의 기초는 애굽의 노예 신분이던 히브리 사람들에게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며 정체성을 상기하는 데서 시작한다. “너희가 내 말을 듣고 언약을 지키면 내 소유가 되겠고,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던 출애굽기 19장 말씀이 새로운 이스라엘의 정체성이다. 즉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을 향하여 하나님의 뜻을 계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희년법은 그 언약을 유지해 가는 수단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희년법이 레위기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주시하게 된다. 이것은 곧 희년법이 제의적 성격을 지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삶으로 드려지는 제사로서의 성격을 띤다는 말이다. 희년법은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 이 법을 지킴으로써 세상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가 어떠한지 보여 준다. 그리하여 모든 열방 사람들이 그 법을 함께 지켜나가도록 이끌어 가는 책임이 있음을 보여 준다.

3장에서 김근주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칙이 무엇인지에 의문을 갖고 성경을 살펴본다.
저자는 구약의 여러 본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두 기둥이 공평과 정의임을 밝힌다. 그런 점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긍휼을 근본으로 하는 희년법이 공평과 정의에 기반한 하나님 통치와도 연결됨을 말한다. 공평과 정의라는 하나님 통치 즉 하나님 나라는 희년법을 통해 절정에 이르는 것이다. 이사야 11장은 여호와의 영이 임한 새로운 다윗이 행할 통치의 방식을 표현한다. 그 통치의 핵심은 바로 ‘공의’다. 저자는 하나님이 이를 위해 아브라함과 다윗과 우리를 부르고 택하셨다고 한다. 모든 땅은 하나님의 것이되 이스라엘에게 유업으로 주어졌고, 모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종이되 자유케 된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 이러한 이스라엘이 그 땅 위에서 자유를 누리고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것, 그것이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 곧 우리의 존재 이유임을 이 장에서는 강조한다.

4장에서 신현우는 신약성경에서 희년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설명한다.
신약성경의 하나님 나라는 예수를 통해 도래한 영적 희년에 해당한다. 사탄이 왕노릇하던 시대가 가고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시대가 온 것이다. 희년법에 담긴 노예 해방과 기업 회복이 신약에서는 주로 영적 차원에서 나타나지만, 신약을 잘 살펴보면 ‘코이노니아’, ‘디아코니아’를 통해 희년법에 담긴 물질적 차원이 연속됨을 알 수 있다. 희년법은 남의 것을 돌려주라고 명하는데 ‘코이노니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고, 희년법은 나에게 종살이하는 노예를 해방하라고 명하는데 ‘디아코니아’는 내가 남의 노예인 양 섬김으로써 남을 주인처럼 만드는 것이다. 신약 시대에 와서 희년법은 그 근본 의미를 더 철저하게 적용한다. 이 글에서는 코이노니아나 디아코니아보다 좀더 기초적인 노예화 방지 장치로서 ‘토지법’에 초점을 맞춘다. 과연 예수는 희년 토지법을 지키라고 하셨을까?
저자는 바로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찾는다. 마가복음 10장에서  예수에게 영생의 길을 묻는 부자 청년에게 예수는 “네게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고 하신다. 하지만 부자 청년은 “재물이 많은 고로 근심하며 갔다”고 한다. 그러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다”고 하셨다. “재물이 많은 고로”에서 헬라어 ‘끄떼마’는 문맥상 재물보다 토지를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토지를 많이 가진 것은 명백하게 율법에 위배되기에 토지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는 예수의 요청에 부자 청년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글에서는 예수께서 토지를 평등하게 소유하라는 희년법을 폐기하지 않으셨고, 그러하기에 우리 또한 예수의 가르침에 철저히 응답해야 함을 말한다.

5장과 6장에서 김유준은 초대 교부들과 종교개혁자들의 희년 사상을 연구한다.
초대 교부인 암브로시우스, 크리소스토무스, 아우구스티누스는 “소유물을 축적하는 것은 가난한 자들의 탄식과 사회정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특히 공의로운 사회질서를 세우기 위해 청중의 의식을 일깨워 ‘황금의 입’이라 불린 크리소스토무스는 희년 사상의 중심개념인 토지에 대해 “사용권이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소유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태양, 공기, 토지, 물처럼 공동의 것으로 만드시고 동등하게 분배된 것을 누군가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할 때 싸움이 생긴다”라고 했다. 예수님 처형 후 하나님 나라 운동이 영적인 형태로 변해 갈 때, 초대 교부들은 부와 빈곤의 인과관계를 알리고, 토지와 천연자원을 독점함으로 인간을 노예화하는 당대의 불의한 경제체제를 희년 사회로 개혁되도록 강단에서 외치며 삶의 현장에서 실천했다.

6장에서는 루터와 칼뱅의 희년 사상을 살펴본다.
루터는 토지를 통한 지대 차액을 노리는 상업활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것은 레위기의 희년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토지 불로소득의 금지 개념이다. 루터는 “토지를 사는 것이 돈의 본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봄으로써 토지매매를 금하는 희년의 원리를 밝혔고, “토지를 담보로 지대 차액을 누리는 것은 참된 소득이 아님”을 강조했다. 칼뱅의 경제사상에 대해 저자는 자본주의적 요소와 사회주의적 요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경제체제 즉 희년 사상에 기초한 지공주의(地公主義)적 요소와 연관하여 고찰한다. 루터와 칼뱅 같은 종교개혁자들은 초대 교부들의 가르침을 계승하여 희년 사상에 입각한 경제체제와 신앙 윤리를 강조했다.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에 함몰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희년법에 기초한 공평과 정의의 경제사상을 외친 종교개혁자들의 희년 사상은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7장에서 남기업은 희년 사상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희년 정신을 담은 경제체제 즉 희년의 경제모델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그려야 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그것을 위해서는 네 가지 영역의 정의가 필요함을 말한다. 그 네 가지란 토지정의, 기업정의, 노동정의, 노사정의이며 이들 네 가지 정의의 영역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즉 하나이지만 유기체적 관계 안에 있기에, 한 영역의 정의는 반드시 다른 것과 관련지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의는 토지정의이며, 토지정의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을 모두 환수하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들은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저자는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 경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복지의 필요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구체적인 예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

김근주 외 5인
김근주80년대의 한복판에 대학을 다니며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
하고 괴로웠을 시절을 보냈다. 그때 듣고 배운 희년은 기독교 신앙의 이상향으로 남아 있었다. 대학
을 마친 후 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구약에 큰 흥미와 열심을 품게 되었다. 값싼 복음이 난무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구약의 말씀이야말로 다시 찾을 영적 자산임을 확신하며 예언서를 공부했다. 영국 유학 기간 내내 예언서를 공부하며 예언자들이 줄기차게 외쳤던 공평과 정의의 복음을 발견하고 음미했고, 희년 규례는 공평과 정의를 행할 땅과 가족의 회복에 관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나라,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고 임하기를 바라는 기도, 그것이 바로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질 공평과 정의의 나라이며, 희년이 성취되는 나라를 향한 기도임을 믿는다.김유준
군에서 북한 선교에 비전을 품고 대학에 복학하여 제자훈련에 집중하던 중 1996년 8월 연세대 한총
련 사태를 목격하면서, 기독 청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해 가을, 연세
대 총학생회를 통해 기독총학생회 운동을 시작했고, 그 운동으로 형성된 ‘새벽이슬’ 모임에서 공의
로운 세상을 위한 기독교적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희년 사상을 접하게 되었다. 이제는 연세대와
한신대 강의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함께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희년
사상이다. 희년 사상을 통해 매학기 수많은 대학생들이 기독교 신앙에 마음 문을 열고 예수 그리스
도를 영접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품고 있다. 앞으로 교회사 연구를 통
해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에 입각한 희년 사상을 꾸준히 전파하려고 한다.

김회권
1979년 한국기독대학인회(ESF)의 성경 읽기 모임에서 회심하고 신앙 훈련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1년간 한국기독대학인회 간사로 섬겼으며,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성서신학석사 및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두레교회 부목사로 1년 반 동안 사역했고, 2002년 일산두레교회를 개척하여 4년간 목회했다.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이자 교목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월간 [복음과상황] 발행인이자 가향공동체의 신학지도목사이다.
저 서로는 『하나님 나라 신학의 관점에서 읽는 모세오경 1, 2』『김회권 목사의 청년설교』『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사도행전 1, 2』『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여호수아, 사사기, 룻기』『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사무엘상·하』『대한기독교서회 100주년 기념 성서주석 이사야 I』『현대인과 성서』(공저) 등이 있으며, 현대성서주석 시리즈 중 『신명기』『열왕기상·하』『예레미야』를 우리말로 옮겼다.

남기업
1988년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알
기 위해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예수원의 고(故) 대천덕 신부를 통해 희년을 알게 되었고, 희년을 현
대사회에 구현하는 방법을 제시한 헨리 조지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희년을 일반사
회에 전파하는 단체인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2005–2006년까지 사무처장을 맡았고, 지금은 희
년 사상을 이론적으로 더 깊이 연구하고 한국 사회에 구체적인 정책을 디자인하여 제시하는 ‘토지
+자유 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기독교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
다. 겸손하고 성실하게, 하지만 집요하게 정진한다는 자세로 오늘도 희년 전파와 희년 성취를 위
해 노력하고 있다.

신현우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인생의 의미, 목적, 진리란 무엇인가 등 추상적인 철학적·신학적 질문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 고(故) 대천덕 신부님께 희년법 특강을 들을 때만 해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는데, 최루 가스가 자욱한 교정에서 학업에만 몰두하던 중 사회 문제에 목숨을 걸었던 학우들의 소식에 경제정의 문제에 대한 성경적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통하여‘희년법이 적용될 때 경제정의가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남은 의문은 구약의 희년법이 신약 시대에 과연 유효한가 하는 문제였다. 이것을 풀기 위해 예수님의 율법관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예수께서 율법을 폐지하지 않으시고 희년법을 적용하셨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희년법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에게 복음이었다. 구약의 희년법을 발견하기 전에는 마르크스주의를 따르든가, 아니면 기독교적 자선을 행하든가 해야 했다. 희년법의 발견으로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이면서 경제구조에 대해 급진적인 해답을 얻어 더 이상 기독교 신앙과 사회 구조 변혁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게 되었다.

장성길
희년법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의 방식이다. 성경해석학을 공부하며 구약법의 특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 주제로 논문을 쓰게 되었고, 레위기와 신명기를 연구하면서 그 중요성에 눈뜨게 되었다.
무엇보다 희년 규례에 제의적 성격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음을 주시했고, 더욱이 삶의 거룩을 강조
하는 레위기 17-26장에 희년 규례가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희년을 지키고 그 정신을 실현하
는 것은 모든 시대에 있어서 하나님의 공동체를 정화시키고 새롭게 유지하는 일련의 회복 장치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질적인 악함과 욕망을 정화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자기 포기와 의지
를 새롭게 하여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가는 선한 의지를 공동체적으로 되살아나게 하는 장치가 희
년 규례인 것이다. 이러한 희년 규례 연구에 앞으로 더 매진하려고 한다.

차례

들어가는 글 왜 지금 이 땅에 희년이 필요한가?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
01 희년과 하나님 나라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02 구약성경에 나타난 희년법 (장성길: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03 하나님의 나라와 공평과 정의 (김근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04 신약성경에는 희년법이 없는가? (신현우: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
05 초대 교부들의 희년 사상 (김유준: 연세대 강사, 한신대 신학대학원 외래 교수)
06 종교개혁자들의 희년 사상 (김유준: 연세대 강사, 한신대 신학대학원 외래 교수)
07 희년과 한국 사회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

책속에서

희년은 기쁨의 해로서 나팔(요벨)을 불어서 그것의 도래를 알릴 만한 50년 주기의 자발적·사회 변혁적 축제절기였다. ……하지만 사회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나팔을 불어 그것의 도래를 알릴 만한 보편적인 기쁨의 해가 아니었다. 희년 절기는 가난한 자 중심의 축제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마음이 감동되어 있지 못한 부자들과 지주들은 나사렛 회당의 지주들처럼 예수님의 희년 도래 선포에 거세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희년의 목표는 어떤 이유로든지 파산되어 생존 경계선 밖으로 추방당한 자들을, 계약 공동체를 지탱시키는 하나님의 구원 은혜에 수혜자로 재활복구시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이었던 삭개오를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재활복구시키는 과정은 이런 희년의 영적인 적용인 셈이었다. 희년은 법제화된 신적 친절과 자비였던 것이다. _54쪽, 1장 희년과 하나님 나라

신약성경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는 희년법을 모형으로 하여 설명하면 잘 이해된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를 통해 도래한 영적 희년에 해당한다. 사탄이 왕노릇하던 시대가 가고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시대가 왔다. 예수께서는 이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했고, 그 시대는 약속대로 임했다. …… 신약성경에서 ‘디아코니아’는 희년법의 노예 해방 정신을 구현한다. 희년법은 나에게 종살이하는 노예를 해방하라고 명하는데, 디아코니아는 내가 남의 노예인 양 섬김으로써 남을 주인처럼 만드는 것이다. 예수께서 우리를 죄로부터 해방시키셨기에, 우리는 다시는 죄에 종노릇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우리는 남을 억압하지 말고, 서로 섬기며 서로에게 종이 되어 주어야 한다. _144~145쪽, 4장 신약성경에는 희년법이 없는가? 

교부들은 인간의 기본적 평등권과 태어나면서부터 얻는 생득권(生得權)을 환기시키면서, 토지소유권의 독점에 대한 단호한 거부와 코이노니아를 강조했다. 인류가 재산에 대한 우상숭배를 효과적으로 거부할 때 공평과 정의는 시작되며, 자유와 평화의 가치가 존중받기 때문이다. 기독교 시대의 초기 수세기 동안 이러한 코이노니아에 관한 비전은 계속되었다. 코이노니아의 이상은 4세기 기독교의 공인과 함께 점차 희미해졌지만, 수도원 생활을 통해 새로운 장이 열렸다. 금욕과 청빈의 삶을 강조한 수도원 운동은 물신숭배를 거부하는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의 토대가 되었다. 암브로시우스, 크리소스토무스, 아우구스티누스와 같은 4세기의 교부들은 스스로 사유재산을 포기하고 공동생활의 본을 보였다. _209쪽, 5장 초대 교부들의 희년 사상

토지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은 세금을 통해서다. 그런데 토지정의 구현은 토지세를 통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조세제도 전반에 걸친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세제개혁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원칙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세금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세금이 낮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세금이 높아지면 건물을 짓는 생산 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둘째 원칙은 거래가 아니라 보유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거래세는 거래를 위축시키는 반시장적인 세금이고 보유세는 거래를 촉진하는 시장 친화적인 세금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다. 토지보유세는 경제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좋은 세금이라는 것은 모든 경제학 교과서가 동의하는 바다. _274쪽, 7장 희년과 한국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