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작가가 우리의 심중에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
몰락과 죄절의 심연에 섰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지리의 참모습에 눈을 뜬다.
한 스페인 신부가 도쿠가와 막부의 기독교 박해를 견디며 결국 참 믿음에 이르는 역정을 다룬 소설.
일본에 복음을 전하고 그 공로로 주교가 되고자 했던 한 신부의 꿈과 의지는 신이 마련한 역사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인간 스스로가 만든 함정이었다.
자신의 의지가 곧 신의 뜻이라는 확신의 함정에 빠진 신부는, 예수를 한낱 ‘추하고 여윈 사나이’쯤으로 알고 있는 사무라이를 이용하여 갖은 책략을 부린 끝에 실패, 그야말로 완전히 몰락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은 인간 자신이 만든 함정일 뿐, 신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의 몰락은 몰락이 아니었다. 몰락의 심연에서 그는 자신과 신의 참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로소 찾은 참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죽음의 땅 일본에 다시 뛰어드는 신부의 변신에서 우리는 오늘날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신앙모습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