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해 인생으로 쓴 영원 한 알의 밀알, 꽃으로 피다
용인 열린문교회 임동진 목사, 인천 방주교회 박보영 목사 추천!
죽음 같은 건 두렵지 않다. 다만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지 못하는 헛된 삶을 사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I am not afraid of death; I am afraid of a life not lived for His glory.
1. 신부의 아버지
저자 이홍규는 은별, 새별 두 딸의 아버지로, 두 딸을 모두 여의었다. 2009년 11월 말 큰딸 은별을 사위에게, 그리고 꼭 1년 뒤 작은딸 새별을 주님께 여의었다.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신부의 아버지가 되었지만, 그 감회는 완전히 달랐다. 이제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다시 새별이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든 한 번은 겪어야 하는데도, 죽음을 선뜻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대상이 부모나 친구 설혹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어려울 것인데, 자식을 앞세우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꽃보다 곱고 눈보다 희어 눈부시기만 한 스물두 살 딸이 간암 판정을 받고 채 3개월도 안 되어 세상을 떠나기까지, 아버지는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제발 곁에 머물게 해달라고. 고통과 좌절, 허망…….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딸의 빈자리를 보고 또 보다 아버지는 작은 빛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간절히 기도한다. 새별이가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한 호흡까지 그토록 기쁨으로 바라본 주님이 누구신지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2. 영혼으로 쓴 영원
손을 쓰기엔 늦었다며 남은 날들이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뉴질랜드 의사의 시한부 선고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새별이에게, 우리 가족에게 이런 고된 시련을 겪게 하시는 까닭이 무엇일까? 딸의 죽음을 생각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아버지가 긴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주님께서 귀한 믿음을 가진 딸을 세상의 방법이 아닌 그분의 능력으로 치유하시어 세상에 참믿음을 알리시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새별 양의 믿음은 순결하고도 강력했다.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법학과 영문학을 공부해 졸업하면 변호사로 활동할 재원才媛이었던 이새별은 아빠의 자랑이자 오클랜드의 자랑이었다. 학업성적이 우수했을 뿐 아니라 논술 경연에서 뉴질랜드 전체 1등을 차지하기도 하고, 최연소 청소년 국회의원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디자인이나 노래에도 재능을 보였고, ‘새별이가 뜨면 온 오클랜드가 훤해진다’는 말을 들을 만큼 외모도 수려했다. 친화력도 좋아 학생회장은 물론, 무도회 파티 퀸으로 2년 연속 뽑히기도 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총명하고 재기 넘치는 이새별을 사랑했다. 심지어 정치인이나 유명한 사업가, 교수님도 어린 그녀에게 존경의 표현을 감추지 않았다.
보통은 한두 가지 갖기도 힘든 딸의 수많은 자랑거리도 생명이 다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고 아버지는 고백한다. 믿음만이 살아 아이를 영원히 죽지 않는 길로 인도했고, 많은 영혼을 감동시켰다고. 비록 병 고침을 받지 못하고 예수님의 신부가 되어 떠났지만, 그 순결한 믿음은 여전히 생기를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뉴질랜드 땅을 변화시키고 있다.
3. 딸에게 물려받은 유산
아직 새별이를 먼저 취해 가신 주님의 큰 뜻을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내 딸 같지 않은 내 딸’, 신앙의 본을 남기고 떠난 새별이의 뜻을 전하기 위해 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새별이가 지녔던 고운 믿음이 들꽃처럼 들풀처럼 번져 나가 온 누리에 믿음의 꽃을 피워 주님 향해 하늘거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면서. 상실의 아픔을 겪고 절망하고 낙심한 이웃을 위로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글을 쓰면서도 자칫 여느 평범한 20대 아가씨와 다를 바 없는 새별이를 미화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웠다는 저자는 그간의 심경과 깨달음을 겸손하고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풀어낸다. 적절한 곳에 꼭 맞게 인용된 말씀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구술해 주시는 감동을 단지 받아 적게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서문의 말처럼, 글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말씀을 묵상하였을지 짐작하게 한다.
차마 장례예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천국환송예배를 드리고, 묘지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은 마누카우 추모공원에 딸을 안장한 아버지가 상실의 고통 가운데 만난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큰 믿음과 사랑이 절절히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