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사람의 위선을 벗고,
속사람의 성숙을 이루어 가는 기쁨!
10년을, 20년을 교회에 다니고 있는 나에게
크리스천이라는 꼬리표는 정체성의 표시인가, 문화적 기호(嗜好)인가.
오랫동안 교회에 다녔어도 신앙은 늘 뜨거운 감자다. 궁금해 하는 자들(호의적이든 적대적이든)의 질문 앞에서 맥을 못 추고, 현실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허약한 신앙.
《성숙자반》은 이 무력감의 상당 부분이 기본 신앙 개념의 부실한 이해에 기초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식수가 오염된 상태에서는 명의나 명약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듯, 아무리 훌륭한 신앙적 ‘약’이 있다 해도 크리스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 개념이 건전하게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이 책은 믿음, 복, 회개, 주님의기도, 십계명, 사도신경, 은사, 사랑 등 우리가 크리스천으로서 반드시 한번쯤 캐물어 보았어야 할 당연한 것들에 대해 묻고, 왜곡되어 있던 것들을 점검하게 한다. 예컨대 주님의기도나 사도신경이 의미 없는 주문일 수 없고, 서로간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공동체에 상처를 남기는 은사라면 우리 주님이 주셨을 리 없다. 《성숙자반》은 이 모든 개념들이 나타나고 쓰이게 된 맥락을 차근차근 짚어 가며 말씀에 근거하여 그 본질적인 의미를 탐색한다. 물론 이 탐색은 시종일관 속사람의 성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크리스천이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는 마지막 장, ‘그리스도인의 사회생활’에서는 삶의 현장에 적용되는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선명히 제시해 준다.
이러한 명쾌함과 선명함은 신앙이 결코 모호한 대상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이 책에서 말하듯, 믿음은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인다.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신앙은 철저히 구체적인 현실로서 뚜렷이 눈에 보이게 된다. 《성숙자반》과 함께 신앙의 기본 개념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다 보면, 우리는 속사람의 성숙 역시 동일한 맥락 속에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자칫 고단해 보임직한 속사람의 성숙 과정이 놀랍게도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맛보게 한다는 것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