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둘레길보다 좋은 순례길
국민일보 선정 ‘아름다운 교회길’
순교자를 배출한 교회, 건축 및 교회사적 의미가 있는 교회,
지역 공동체를 위해 헌신해 설교 문화를 살찌운 교회,
자연이 아름다운 교회 등을 대상으로 스무 교회 선정!
왜 ‘아름다운 교회길’인가?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교회 스무 곳을 찾아 국민일보 전정희 선임기자가 취재하고, 곽경근 선임기자가 사진으로 담았다. 위로는 강원도 철원 장흥교회에서, 아래로는 제주 남단 모슬포교회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세월, 그리고 이야기와 시간을 이어 온 사람들의 공간을 소개한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지만 전원교회 같은 부암동 삼애교회나 추풍령 고갯길에 그림같이 지어진 단해교회 등을 찾아가는 길은 참으로 운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교회길》에서 소개하는 교회길은 그저 풍광이 아름다운 여정이 아니다.
구한말 파란 눈의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고, 일제 치하를 살고,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을 거치고, 크고 작은 현대사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이어 온 교회길이다. 신앙의 선배들이 기도로 이어 온 길이다. 또한 그 길은 두고두고 우리가 찾아볼 만한 아름다운 순례길이다.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제주 올레길을 비롯해 북한산 둘레길 등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을 위해 속속 조성되는 이런저런 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상에서 누리지 못하는 자연이 있고 휴식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소개하는 교회길은 자연과 쉼은 물론,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있어 아름다운 길이다.
그들이 있어 아름다운 교회들
‘아름다운 교회길’ 첫 선정 예배는 경북 안동의 일직교회에서 드려졌다. 일직교회는 ‘성자가 된 종지기’로 알려진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마지막 순간까지 섬긴 교회로, 교회는 결핵 등의 지병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그에게 교회 문간방을 내주며 그를 끌어안았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으로 문단에서 이름난 권정생이 진정으로 불리기 원했던 호칭은 ‘경수 집사’, ‘종지기 권정생’이었음을 한국 교계는 잘 모른다(경수는 권정생의 어린 시절 이름이다).
국민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된 교회 18곳 외에 부산 중부교회와 제주 모슬포교회가 책에 담겼다. 중부교회는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변호인> 속 인물들이 한번쯤 지나쳤을 법한 교회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위치한 교회는 부산의 예언자적 양심을 대변하는, 부산 기독교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었다. 일명 ‘부림 사건’에 연루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부교회 출신 청년들이었다. 당시 공안 당국이 저들이 모여 읽고 정부 전복을 꾀했다고 주장했던 불온서적들은 보수동 헌책방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걸어갈 교회길
2010년 시작된 취재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예수 구원과 부활의 신앙을 지키며 천천히 걸어 온 선한 이웃들의 이야기는 전국 각지에 드러나지 않게 이어져 왔기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차를 두고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기도 했고, 때로는 물어물어 교회의 역사를 되짚어야 했지만 힘이 들기보다 용기를 얻었다. 화려한 도시 이편 웅장한 교회들이 잃은 소금의 맛을 도시 저편 낮고 초라한 교회들이 지키면서 우리 영혼을 살찌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사료를 뒤져 보고,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면서 발로 기록한 스무 교회의 기록은 저자의 오랜 동료인 곽경근 사진기자의 시원스러운 사진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교회와 마을, 사람과 이야기의 공존을 한 컷의 사진으로 잘 드러낸 그는 교회 근처에 해당 교회의 교인이 운영하는 식당 위주로 추천할 만한 맛집 소개도 보탰다.
그저 어딘가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교회’가 아닌, 한번쯤 찾아가 볼 만한 ‘아름다운 교회길’로 스무 곳의 교회를 소개함은 이야기가 있는 교회를 찾고, 기억할 때에 이 책이 제 빛을 낼 것임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교회길》이 바른 길, 좁은 길을 걸어 나가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 순례의 나침반이 될 때, 그 자리에 또 하나의 교회길이 나고 그 길을 따라 이야기가 또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