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배신의 입맞춤유다와 예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아는가?
《하와》로 호평 받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토스카 리가 내놓은 《유다》는 성경 역사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파란 많은 유년기부터 예수의 배반자로 세상에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제시하는 예수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종교계의 가장 유명한 인물과 가장 악명 높은 인물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책 속에서 유다는 예수님을 누구 못지않게 사랑한다. 유다는 예수께서 “친구”라고 부르신 유일한 제자요,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내내 따라다니며 함께한 추종자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것을 보고는 자신이 기대했던 결과와 달라서 자살한,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예수를 팔아넘긴 제자, 그래서 배신자의 대명사가 된 가룟 유다는 처음부터 그럴 결심을 하고 계획적으로 예수께 접근했는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가룟 유다를 악의 화신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실존적 인물로 묘사한다. 우리는 자신을 유다와 전혀 다른 인물인 듯 생각하지만 그럴수록 그와 닮은 면모가 자신에게서 발견될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작심을 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자기 시각으로 볼 때 나름 이치에 맞는 일을 한 것인데 타인에게 큰 고통과 슬픔을 주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성경의 기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입장을 되짚어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비참한 처지를 냉철하게 보는 사람일수록 하나님께 간절히 구할 것이다.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해달라고, 가룟 유다와 같은 결말에 이르지 않게 해달라고.
오직 예수께 희망을 걸었던 사람이 배신자가 되기까지
타민족의 지배하에 있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유다는 어릴 때부터 고통과 슬픔, 분노와 좌절감이 가득한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성인이 되어 예수를 만나면서, 하나님이 약속한 메시야이자 로마의 통치를 무너뜨릴 장래의 왕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희망에 부푼 유다는 평생 기다려 온 변화를 일으킬 준비를 하고 그의 제자로 합류한다.
그러나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나라를 꿈꾸는 유다의 환상은 예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인해 깨진다. 예수는 종교와 율법에 얽매이지 않으며, 압제 받는 이들을 옹호하되 압제자들을 정죄하지 않고, 자기 민족의 권리를 찾는 일보다 개인의 회복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결국 유다는 사랑하는 스승이 자신이 기대했던 대로 민족을 해방시킬 자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러나 유다는 갈등하면서도 계속, 예루살렘의 마지막 입성까지 예수와 함께한다. 그렇게 사랑하고 따르던 스승을 권력자들의 손에 넘겨주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