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신앙의 만남에서 엮어진, 격조 높은 기독교 예술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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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신앙의 만남에서 엮어진, 격조 높은 기독교 예술 입문서
오근재
해설과 추천의 글
상징계의 언어와 이미지, 그 자유분방한 지적 탐색의 자취 _권명광
이미지 예술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위하여 _김회권
책을 내면서 _오근재
제1장 다빈치 코드-<최후의 만찬>을 통한 그의 신앙 고백
제2장 미켈란젤로의 환상 이미지
제3장 라깡의 하나님-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인간 창조와 라깡의 상징계
제4장 금기와 위반
제5장 진실의 폭로자 예수, 그리고 그리스도의 책형
제6장 재현의 문제와 기독교 이미지의 재발견
1장 다빈치 코드―최후의 만찬을 통한 그의 신앙 증언
불후의 명작 〈최후의 만찬〉에 대한 시각예술적·이미지신학적 심층 해석을 담았으며, 예술작품의 이해와 해석에서 해석자가 누릴 수 있는 예술적 자유와 해석적 모험의 가능성을 짚어 본다.〈최후의 만찬〉을 통해 다빈치는 자기의 신앙 이해, 예수 이해를 드러내는 자유를 향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장 미켈란젤로의 환상 이미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의 다채로운 해석과 <최후의 심판>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설이 돋보인다. 미켈란젤로의 전기적 진실도 엿볼 수 있다. 벌거벗은 군상으로 묘사된 천지장조의 인간들과 <최후의 심판>의 인간들은 당시의 경건한 감수성으로 볼 때 쉽게 용납되지 못했지만 미켈란젤로는 하나님 앞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창조된 피조물 인간의 진실과 하나님의 거룩한 심판 앞에 소환된 죄인인 인간의 진실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이 장 끝부분에서 저자는 다시금 예술창작의 능동인(能動因)으로서의 하나님의 은총을 강조한다.
3장 라깡의 하나님
상징계 메타포에 의지한 저자의 예술 이해가 주를 이룬다. 언어적 메시지보다는 비언어적 이미지 메시지가 더 항구적이고 근원적인 인간의 자기표현이라는 저자의 중심 논지를 토대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통해 하나님의 명령언어로 창조된 세상과 인간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인간 언어의 타락이 가져올 종국과 그것을 해소하실 하나님의 거룩한 복원 과정을 언어철학적으로 추적한다.
‘라깡의 하나님’은 실재계에서 상징계로 도피한 인간이 타락한 언어를 통해 구축한 세상이 필연적으로 대파국적인 종말을 맞을 때까지 기다리시는 하나님이다. 인간 파멸의 임계점에서 인간이 본질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화해시켜 하나님에 대한 참다운 앎을 회복할 수 있는 새 창조를 기획하고 계신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나 <최후의 심판>은 무질서와 폭력, 자기해체적인 타락의 도상을 질주하는 인간을 무한책임적인 사랑으로 지탱하시며 죽음 너머까지 인도하실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암시한다. 따라서 라깡의 하나님은 인간의 죄와 무질서, 자기파멸적 오만과 불순종을 초극하시는 전능하신 목자, 무한책임적인 아버지 하나님이다. 이 장의 마지막에 짧지만 간결한 저자의 신앙 묵상이 덧붙여져 있다.
4장 금기와 위반
이 장에서는 창세기의 타락 이야기에 대한 교회중심적·인습적인 이해를 바로잡는 예술적 착상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금기 위반은 비극적인 죄와 전락의 주제지만, 예술적으로 보면 ‘인간의 궁극적 자기모색의 과정’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되고 멀어지는 것은 하나님으로 돌아가는 복원력의 배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에게 죄와 타락은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변증법적으로 실현시켜 가는 과정이다. 창세기 3-4장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해석은 예술과 신앙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5장 진실의 폭로자 예수와 그리스도의 책형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에 이르는 내밀한 과정을 회화예술의 주요 작품들을 통해 추적하고 재구성한다. 예수의 십자가는 자신이 선택한 운명의 완성을 의미한다. 예수에게 십자가 책형은 하나님께 절대복종하는 자가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감미롭고 쓰라진 자기해체, 자기승화의 의례다. 그것은 외부에서 강요된 폭력이나 억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초월한 세계에서 불러온 하나님의 고유한 자기희생적 사랑의 원형이다.
6장 재현의 문제와 기독교 이미지의 재발견
이미지 개념의 역사를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찾음으로써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미지는 “인간의 정신활동과 표현활동에 광범위하게 작용되고 적용된 재현(representation)의 결과물”이다. 독자들은 여기서 초월적인 하나님을 표현하는 데 이미지 활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함의를 얻는다. 이 글의 4절 “성상파괴주의와 성상옹호주의의 논리전쟁”과 5절 “기독교 이미지의 재발견”에서 저자는 이 책의 저작 배경을 밝힌다.
저자가 언급한 다양한 이론 중에서도 전체를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상징계의 언어와 이미지에 관한 것으로, 상징계를 주장한 라깡의 사상이 중심을 이룬다. 라깡의 사상은 인간의 존재를 생물학적이라기보다는 인류학과 사회학적·문화적 존재라는 점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라깡의 논리는 인간의 언어, 상징, 문화와 관련된 발터 벤야민, 질베르 뒤랑, 바흐친, 저지 코진스키, 아도르노, 촘스키, 롤랑 바르트와 같은 석학들의 담론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 상징계라는 위상공간이지 하나의 단순한 생물학적인 존재물로 살고 있는 실재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은 기독교인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종교관이 분명하면서도 저자의 자유분방한 지적 탐색 작업은 지적 호기심이 있는 독자들을 지적 미궁으로 빠뜨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서와 성화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책이다. – 권명광(전 홍익대학교 총장, 상명대학교 석좌교수)
이미지 예술에 얽힌 교회사의 상처, 그 반감과 박해의 발자취를 넘어 화해와 치유를 향한 이 역작은, 예술의 언어로 본 예수 그리스도 이해의 가능성을 잘 보여 준다. 전문학도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격조 높은 기독교예술 입문서다. – 김회권(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 가향교회 신학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