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월, 예수님 안에서 새것이 되다”
격랑의 세월을 헤쳐온 풀뿌리 같은 사람들과, 그들에게 역사하신 하나님
1. 잃어버린 삶=하나님이 인도하신 삶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떠나 만주로 간 경이 일가. 한때 안락한 가정을 이루기도 했지만 부친의 요절로 온갖 풍상을 겪게 되고, 경이 어머니는 해방되던 해 봄, 결혼한 큰딸 경이를 시댁으로 보내고 4남매를 데리고 귀국한다. 그 후 혈육을 다시 만날 수 없던 길고 긴 세월 속에 가족들은 전쟁과 굶주림으로 부대끼며 살아야 했다.
《잃어버린 세월》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쳐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 온 네 자매의 가족 이야기다(중국에 남은 경이는 대약진운동, 신중국 건설, 문화대혁명 등을 겪는다). 가부장적 봉건사회의 굴레와 가난 속에서 모진 고난과 싸워야 했던 네 자매 경이, 을이, 정이, 신이. 이들 가운데 첫째 경이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는 한을 품고 70여 년 가까이 중국에서 살아야 했다. 을이의 장남(‘지은이의 말’에 소개되는 L장로)과 조카, 손자들의 도움으로 경이는 2005년 마침내 국적을 되찾고 대한민국에 영주 귀국하여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음은 물론, 어렸을 때의 신앙을 되찾아 세례 받고 거듭난 삶을 살게 된다.
저자는 이들 자매의 삶의 자취를 따라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현장 답사 및 취재를 통해 작품을 구상했으며, ‘예수님의 생명과 사랑의 통로가 되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기도하며 집필에 임했다.
2. 마침내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귀국 후 을이 자매들은 할머니의 박대 속에 엄청난 고생을 겪는다. 을이는 동생 정이와 각각 남의집살이를 하게 되고, 6·25전쟁 후 집으로 돌아오지만 극심한 가난과 혼란 속의 일상은 여전하다. 열아홉 살 위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가운데 모진 시집살이를 하게 된다. 남편과 12년 만에 사별한 을이는 미장원, 양말 장사, 생선 장사, 공사판 막일, 유조선 기름 닦는 일 등 온갖 힘든 일로 생계를 꾸려가다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자녀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듬직한 사회인으로 반듯하게 성장한다.
셋째 정이와 막내 신이도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과 시집살이로 편할 날이 없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극복해 간다. 하나님을 외면하려 했고 불교 신자이기도 했던 을이는 막내의 권유로 교회에 갔다가 ‘절대자의 손에 잡히게’ 된다. 후에 대한수도원에서 7년간 수도 생활을 하며 신앙의 깊이를 더해 가는데, 이때 만난 탈북자 자매와 하바롭스크에서 순교한 선교사 부부 이야기는 오늘날 탈북자 문제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선교 문제에 경종을 울려 준다.
3. 들꽃 같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네 자매 가운데 첫째 경이와 둘째 을이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전개되며 1, 3부는 경이가, 2, 4부는 을이가 화자(話者)로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네 자매 외에도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소개된다.
중국에서 살 때 경이 가족에게 믿음의 씨앗을 심어준 안집 할머니, 경이네와 잠시 함께 살던 일꾼 저우, 가족처럼 살다 가족이 된 일꾼 하오와 그의 어머니, 어린 시절 오빠의 친구 태완, 시동생의 연인 나미에와 그 어머니, 한때 홍위병에 가담했던 조카 혜숙, 을이와 대한수도원에서 만난 탈북자 김정희 자매, 하바롭스크에서 순교한 이계월 선교사 부부 등. 질곡의 역사 속에서 들꽃처럼 살아 왔거나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하게 된 이들의 삶을 통해 다난했던 시대상의 단면들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